[기고] 공간 정보 분야의 활발한 국제 협력을 기대하며
[기고] 공간 정보 분야의 활발한 국제 협력을 기대하며
  • 이채 선임기자
  • 승인 2018.09.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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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열 한국지도학회장.

[기고=송호열 한국지도학회장] 지금은 항공기, 인공위성, 드론 등을 통하여 각종 지형지물들을 하늘에서 보듯 한 눈에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산천을 확인하고 거리를 재고 지명을 물어가며 그린 지도를 통해 겨우 지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지도를 사용하는 것은 평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사람이 일일이 측량하고 작도하던 방식에서 각종 계측기기에 의해서 거리나 높이를 자동으로 측정함으로써 더욱 정확하고 더욱 신속하게 지도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씩 필사하는 방식에서 대량으로 인쇄하는 방식, 더 나아가 인터넷 상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도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타 분야의 최신 기술들이 공간정보 분야에 접목되어 지표상의 다양한 정보를 지도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지도는 새로운 인프라로 재탄생하였다.

고산자 김정호가 환생하여 이런 상황을 보았다면 제대로 물 만난 현재의 지리정보기술에 감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꿈꾸었던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도가 전 국민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흘 일정으로 불가리아를 방문했다. 불가리아는 면적은 남한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700만 명에 불과한 발칸반도 남동부 흑해 연안에 있는 작은 국가다. 아직 불가리아는 정부가 지리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고, 민간의 지도 제작 능력도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어서 해외 기업과 손을 잡고 선진 지도 제작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분야가 세계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이 당시 네덜란드 등 지도 제작 선진국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UN이 우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아프리카 자원 공간 정보 구축을 요청하였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여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모범적인 국가 간 협력 모델로 소개될 정도이다.

불가리아가 추진 중인 해외 민간 기업과의 교류나 협력 사업도 그들 나름대로는 훌륭한 전략이라고 판단되지만,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지리정보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에 관하여 듣고 자신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선진 지도 제작 기술을 도입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상당히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였다.

우리가 지도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지도 강국으로 부상했듯이 우리도 세계 발전의 선순환에 기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불가리아는 아직 지도 관련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활력이 긍정적으로 기여할 여지는 작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지도 제작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여 산업 발전을 촉진시킬 날이 머지않았다. 귀국 당일 예방한 주 불가리아 정진규 대사는 불가리아의 잠재력과 지정학적 우월성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우리나라와 불가리아가 상생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올 해 스마트국토엑스포가 9월 12일 코엑스에서 성대하게 개최될 예정이다. 민간의 수익 창출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4차산업의 인프라로서 공간정보의 중요성, 그 근본인 지리 정보가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공간 정보 관련 상호 협력도 활발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런 성과를 우리나라와 불가리아가 공유하면서 상호 협력하여 상생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양산타임스=이채 선임기자 ptl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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